우리는 매일 눈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고 인지합니다.
기계의 눈 이라고 할 수 있는 영상 센서(카메라) 역시 세상을 보고 그 것을 사진으로 남길 수가 있지요.
눈 또는 카메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일까요?
물리 공부를 조금이라도 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답을 내놓을 것입니다.
"태양광이 물체 표면에서 반사되어 우리 눈으로 들어와 그 형체를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태양은 어떻게 빛이라는걸 만들어 낼까요?
또 세상이 여러 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스스로 빛을 만들어서 내뿜는 것은 태양밖에 없을까요?
아래 그림을 봅시다. 용광로 쇳물은 왜 노란색으로 보일까요? 숯은 왜 빨간색으로 보일까요?
전자광학 공부의 첫 걸음은 복사 에너지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은 열을 가진 모든 물체가 스스로 열을 만들어 내는 원리. 즉, 흑체 복사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흑체(Black body)란?
흑체란 "파장(진동수)과 입사각에 관계없이 입사하는 모든 전자기 복사를 흡수하는 이상적인 물체"입니다. (위키백과)
즉, 받은 빛과 열 등 모든 에너지를 흡수하는 물체를 뜻합니다. 모두 흡수하기 때문에 표면에서 반사를 하는 빛이 없어 우리 눈에는 검은색으로 보이죠. 빛을 비추든 어둠속에 있든 항상 검정색으로 보입니다. (물론 100퍼센트 빛을 흡수하는 검정색은 없습니다.)
눈으로 볼때 반사되는 빛은 0 입니다. 없다는 뜻이죠.
열 평형 상태에 있는(즉, 온도가 일정한) 흑체는 '흑체복사(black body radiation)'라는 전자기 복사를 방출합니다. 용광로 근처에 가면 뜨겁게 느껴지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이렇게 내뿜는 복사량은 흡수한 에너지량과 같기 때문에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 아시죠?)
외부로부터 받은 전자기 복사(앞으로는 간단히 에너지라 부르겠습니다.)를 모두 방사하므로 받은 에너지 대비 방출한 에너지의 비율인 방사율(emissivity; ε)은 1이 됩니다.
$$\varepsilon = \frac{방출하는 복사 에너지}{받은 복사 에너지}$$
물체의 표면에 입사하는 에너지의 일부는 반사, 일부는 흡수, 일부는 투과합니다. 보통 입사하는 에너지의 총량은 에너지 보존법칙에 의해 반사/흡수/투과하는 에너지의 합과 같습니다.
따라서 흡수율(absorptivity; α), 반사율(reflectivity; ρ), 투과율(transmissivity; τ)의 합은 1과 같습니다.
$$\alpha+\rho+\tau = 1$$
위에서 얘기했듯이 열평형 상태에서는 흡수량과 방사량이 같으므로 모든 물체의 흡수율과 방사율은 같습니다.
$$ \alpha = \varepsilon $$
흑체는 흡수율과 방사율이 모두 1이고, 반사율과 투과율은 0 입니다.
다시 말해서 받은 복사 에너지를 모두 흡수하는 동시에 모두 방출한다는 의미입니다.
흑체, 회색체, 백체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 흑체: 방사율이 1, 반사율이 0인 물체 → 받은 빛을 모두 흡수하므로 우리 눈에는 검정색으로 보인다.
- 회색체: 방사율이 1보다 작고 0보다 큰 물체 → 받은 빛 일부를 흡수하고 일부를 반사하므로 우리 눈에는 회색(흰색도 검정색도 아닌)으로 보인다.
- 백체: 방사율이 0, 반사율이 1인 물체 → 받은 빛 모두를 반사하므로 우리 눈에는 흰색으로 보인다.
보통의 물체는 방사율이 1보다 작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보는 거의 모든 물체는 회색체입니다.
흑체 복사 이론
흑체 복사는 파장별(또는 진동수별)로 다른 복사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아래 그림에서 가로축은 빛의 파장이고 세로축은 복사 에너지입니다. 이를 복사 스펙트럼이라고 하는데 이 복사 스펙트럼은 물체의 모양이나 구성요소가 아닌 오로지 온도에 의해서만 결정이 됩니다. 아래 그림은 온도에 따라 결정되는 스펙트럼 (파장에 따른 에너지분포)을 나타내는 곡선입니다. 플랑크 곡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위 그래프에 따르면 6000K에서는 에너지의 peak는 약 483nm에서 발생하고, 3000K에서는 약 966nm가 되는 스펙트럼을 가집니다. (그림 옆 표 참조)
태양(약 6000K)은 가시광에 해당하는 400nm~800nm 사이의 에너지를 가장 많이 복사하고, 약 3000K에 해당하는 물체는 근적외선에 해당하는 파장대의 에너지를 가장 많이 복사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온도가 낮아질수록 복사 에너지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peak가 되는 파장이 점점 오른쪽으로 이동(파장이 긴쪽으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 곡선에 대한 이해로 충분하겠지만, 이를 설명하는 몇 가지 법칙을 소개 하겠습니다. 어려운 부분이라면 다 스킵하고 밑줄 그은 부분만 이해하고 넘어가면 됩니다.
■ 키르히호프의 법칙 (Kirchhoff's law)
앞에서 이미 설명한 내용과 다르지 않습니다.
"흑체복사강도의 분포는 물질의 종류, 모양, 크기와는 상관 없고 오직 온도와 빛의 파장에만 관계된다."
즉, 같은 온도의 물체는 종류에 관계 없이 복사 스펙트럼이 같다(파장별 방출하는 빛의 분포가 같다) 는 뜻입니다.
■ 슈테판-볼츠만 법칙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요제프 슈테판은 전체 복사 에너지가 절대온도의 4제곱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발견하였습니다. 이어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루트비히 볼츠만이 슈테판의 공식을 맥스웰 방정식을 사용하여 유도하였습니다. 이 법칙을 슈테판-볼츠만의 법칙이라 합니다.
$$ u=\sigma T^4 $$
흑체가 내뿜는 에너지 u는 절대온도(T; Kelvin)의 네제곱에 비례한다.
여기서 $\sigma$는 볼츠만 상수입니다.
이로부터 6000K의 복사 에너지는 3000K의 약 16배가 됨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만약 흑체가 아니라 회색체라면 $u$에 방사율 $\varepsilon$만 곱하면 됩니다.
$$ u'=\varepsilon\sigma T^4 $$
■ 빈의 변위 법칙
흑체에서 방사하는 복사량 파장 가운데 에너지 밀도가 가장 큰 파장과 흑체의 온도는 반비례 합니다. 위에 있는 온도에 따른 스펙트럼 그래프를 다시 보면 온도에 따른 그래프의 peak 파장은 온도가 높을수록 낮음을 알 수 있습니다.
$$ T=\frac{2.9 \times 10^{-3}}{\lambda_{max}} $$
이제 온도에 따른 스펙트럼 그래프에서 온도가 낮아질수록 peak가 파장이 긴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설명됩니다.
(온도와 파장은 반비례 하니까요.)
빈의 변위 법칙으로부터 태양의 온도를 추정해 보겠습니다.
태양은 가시광선 중에 노랑색에 해당하는 0.5um 파장대를 가장 강하게 방사합니다. 위 식의 λmax에 0.00000005를 대입해보면 온도는 약 5800K가 나옵니다. 태양의 스펙트럼으로부터 태양 온도를 예측할 수 있군요.
또한 벌겋게 달아오른 뜨거운 숯은 적외선 대역의 에너지를 방사하므로 태양보다는 훨씬 낮은 1000~2000K 정도의 온도를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플랑크 복사 법칙
플랑크의 복사 법칙은 온도 T의 흑체에서 나오는 모든 파장의 복사를 설명합니다. 즉, 위의 온도에 따른 스펙트럼 그래프를 파장의 함수로 나타낸 법칙입니다.
$$ B(\lambda, T)= \frac{2hc^2}{\lambda^5}\frac{1}{e^{{hc}/{\lambda kT}}-1} $$
식은 복잡하지만 두려워 할 필요 없습니다.
온도 T인 흑체의 파장 λ에 해당하는 복사 에너지는 B 라는 것이 요지입니다. 위 식을 근거로 파장에 대한 그래프를 그려보면 위에서 보았던 온도에 따른 복사 스펙트럼 그래프가 됩니다.
흑체 복사의 예
공항에서 입국할때 열화상 카메라로 체온을 측정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겁니다. 보통 사람의 체온을 310K 정도로 볼 때, 빈의 변위법칙에 대입해보면 사람은 파장 약 9.5um 근처의 원적외선을 가장 크게 방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열화상 카메라는 사람의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 파장 10um 근처의 에너지를 디텍트 하는 센서를 사용함을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사람이 인지하는 가시광대역(약 0.4um-0.8um)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 원적외선 대역의 카메라로 밤 바다에 빠진 사람을 인지하여 구조할 수 있습니다.
우리 눈은 가시광 대역만 인지를 할 수 있지만 적외선 카메라는 해당 파장 대역에서 나오는 복사 에너지를 감지 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 눈이 물체를 인지하게 되는 원리
자, 이제 흑체 복사 법칙을 이해했으면 처음의 질문이었던 우리 눈으로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볼 수 있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과학적으로 설명해 봅시다.
우리 눈은 가시광선만을 인지할 수 있는데, 이는 원추세포가 파장 약 0.38um에서 0.68um 사이의 빛만 인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이 보다 짧은 파장인 자외선과 긴 파장대인 적외선 영역은 사람이 인지할 수 없습니다. 이 말은 가시광선 대역 이외의 대역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눈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아무튼 태양에서 나온 스펙트럼(우리는 이미 플랑크 곡선을 공부했습니다.)에 해당하는 여러 파장대의 빛 에너지가 우리 눈 앞에 있는 물체 표면에 도달하면 일부는 흡수하고 일부는 반사하게 되고, 반사된 빛의 일부가 우리 눈으로 들어와서 원추세포가 시신경을 자극하여 물체의 형태를 인지하게 됩니다.
이로써 온도를 가진 물체가 스스로 에너지를 방사하는 원리를 이해했습니다.
어렵지만 이제 뭔가 감이 잡힙니다.
영상 센서를 공부하는데 있어서 복잡한 물리의 세계도 이처럼 간단한 원리만 이해하면 충분합니다.
오늘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흑체란 받은 복사 에너지를 모두 흡수하는 이상적인 물체다.
2) 열평형 상태의 모든 물체는 받은 만큼 방출한다.
3) 흑체 복사의 특징을 기억하자.
- 물체 종류/형상에 관계 없이 같은 온도를 가지면 같은 세기와 분포의 에너지를 방출한다. (키르히호프의 법칙)
- 온도의 네제곱에 비례하는 에너지를 방출한다. (슈테판-볼프만의 법칙)
- 온도가 높아질수록 짧은 파장대의 에너지를 더 많이 방출한다. (빈의 변위 법칙)
4) 우리가 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아주 작은 영역(가시광 대역)만 보고 있을 뿐...
[출처] 직접작성 (last updated: 2021.02.03)
[참고자료]
https://en.wikipedia.org/wiki/Black-body_rad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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